민속인형극(民俗人形劇) 개관

전래하는 우리나라의 민속인형극을 들자면 지금으로는 꼭두각시놀음밖에 없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만석중놀이(忘釋僧戱)나 장난감인형놀이(玩具人形劇) 등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것들은 하나의 인형극으로 발전하던 과정의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극(劇)으로서의 체계를 전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 방면의 논고로 송석하의 「조선민속개관」(新東亞, 1935, 12월호∼1936, 8월호 所載) <경기도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추천(　韆)이 있고 인형극, 가면극의 상연(上演)이 있고 관불(灌佛)의 불교의식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하나는 인형극 분야에 속할 영회극(影繪劇·影燈, Shadow play)이라 할 것인데 …(중략)… 영회극은 세계에서 생고(生呱·Java) 이외에는 거의 예를 현재에는 발견하지 못하는 것인데 조선의 그것을 …(중략)… 중국을 거쳐 수입된 것이라 하겠는데 그 단안(斷案)은 물론 훗일(後日)에 남길 문제라 하겠다….

이상은 경기도 개성(開城)지방의 <파일놀이>를 소개한 것으로 영회극이 놀아졌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인형극과 관련시켜 생각되어지는 것으로는 신라의 팔관회(八關會)와 연등회(燃燈會)로서 잡기(雜技)와 가무백희(歌舞百戱)의 다양한 종목 중에는 영회극인 만석중놀이와 유사한 것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도 하나의 과제로 남는 것은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포장무대(布帳舞臺)와 같은 연희공간(演戱空間)에서 놀았다는 발탈(足탈)을 들 수 있겠는데 이것을 인형놀음으로 보느냐 탈놀음으로 보느냐도 문제이고 현재로서는 그 연희기능을 가진 분이 연로하여서, 이 놀이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내기가 힘든 형편이다. 발탈의 연희자 이동안(李東安, 79세, 부산시 동래구 소재 釜山民俗藝術　 춤선생)이 가까스로 이 놀이의 명맥만을 이어주고 있다. 발탈의 구조를 보면 꼭두각시놀음에서 <상좌인형>과 같은 <포대괴뢰(布袋傀儡)>인바 이것을 발에 씌우고 놀리는 것이다. 솟대쟁이패와 남사당패 출신의 정일파(鄭一波, 날라리), 남형우(南亨祐, 꼭두각시놀음 대잡이) 등의 증언에 의하면 실제 놀아보지는 않았지만 약 50년 전 까지만 해도 발탈을 놀리는 <발탈꾼>은 많았고 또 대단히 인기가 있는 놀이였다 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로는 꼭두각시놀음 하나가 겨우 그 명맥이나마 이어오는 형편이다.

꼭두각시놀음의 유래

인형의 원초적 형태를 찾는 데는 먼저 신성물의 정적인형(靜的人形)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자기확대(自己擴大)의 소박한 창의로 해석할 수 있는 인간에 의한 조작적 우인물(偶人物)이 신앙적 대상으로 숭앙되었음은 원시신앙의 단계를 가늠하는 하나의 보기가 되는 것이다. 신앙적·상징적 대상으로서의 우인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의 발달과정에서 정물(靜物)에서 동물(動物)로의 발달을 보게 되었을 것은 짐작이 가는 것으로, 그러한 예가 고대인형의 간단한 수족의 동작부위(動作部位)들로 실증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인형놀음의 계통을, 이 땅의 독자적 소산으로 규정하기에는 주변인 중국, 일본 그 밖의 동남아 제국의 인형놀음들과 그 극형식이나 인형의 구조에서 너무도 일관된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방면의 선학(先學) 김재철(金在喆, 「朝鮮演戱史 人形劇條」)는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중국의 인형극은 송대(宋代)에 벌써 현사괴뢰(縣絲傀儡)·주선괴뢰(走線傀儡)·장두괴뢰(杖頭傀儡)·약발괴뢰(藥發傀儡)·육괴뢰(肉傀儡)·수괴뢰(水傀儡) 그 종류가 심히 많았고 현금에도 대개 세 가지 종류가 있으니 실을 늘여서 조종하는 현사괴뢰와, 의상을 입힌 인형을 손으로 조정하는 것과, 인형의 머리에 둘째 손가락을 넣어서 조종하는 것들이 그것이며 이와 같은 연출은 조선, 일본과 똑같다….
이어서 그는 대만(臺灣)의 박자(朴子) 장수조(張水照)의 <대만인형극>조(條)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태양이 서산을 넘어갈 때, 저녁밥을 먹고 관중들은 촌묘(村廟) 넓은 마당에 모인다. 조금 높은 고대(高臺)를 만들어 누각형(樓閣形)의 옥대(屋臺)를 짓고 남형(男形), 여형(女形)의 인형을 흑막(黑幕) 뒤에 숨은 역자(役者)가 교묘하게 조종하며 대고적(大鼓笛)·동라(銅　)·잡자(　子) 등의 악기반주와 아울러 인형극을 연출한다.
인형은 목편(木片)으로 머리를 만들며 옷을 입히고 머리속은 텅 비어서 손가락을 넣게 되었다….
이것은 대만의 인형극 역시 중국의 제2지(第二指)로 조종하는 인형극과 연출 방식이 같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편 중국 인형극이 고대(高臺)의 놀이판을 만들어 놓고 사위(四圍)에 투명한 유리를 두르고 그 속에서 예인(藝人)이 인형을 조종하는 것과, 일본의 인형무대가 난간을 만들어 포장을 치고 그 속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모두가 동일한 계통일 것을 주장하였다. 이 밖에도 어의(語義)나 발음상의 동일성을 들어 중국, 한국, 일본의 인형을 <郭禿-goktouk> <꼭두>, <ククヅ-gou gou zou>가 되었다는 인형극의 전이(轉移)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전해진 인형극은 그대로 중국 고유의 것이 직접 전래한 것인가, 혹은 중국 이외의 것이 중국을 거쳐서 유입된 것이냐가 문제이다. 중국 문헌(「五雜○」卷五)에 보면, 괴뢰(傀儡)를 호희(胡戱)라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나라 이외에는 모두 동이(東夷)·서융(西戎)·남만(南蠻)·북적(北狄)이라 불렀음에 비추어 호희라 하였음은 중국 고유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제환공(齊桓公)이 산융(山戎)을 칠 때…』운운 하였으니 <융>이라 하는 것은 서융을 뜻하며 서방에서 괴뢰가 전해진 것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김재철은 서방이니 서역(西域)을 인도(印度)로 보았으며, 중국과 인도와의 교통이 한무제(漢武帝) 때에 열린 것으로 그 이전에는 옥문관(玉門關) 이동(以東)에 그쳤음을 지적하였다. 그는 이어서 동양의 인형극들이 동계(同系)임을 말하고 그 전파경로를 인도→중국→한국→일본으로 추증했으며 서로 동일·유사한 연출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위의 추론을 전제로 할 때, 이러한 동양공통의 인형극 형식은 하나의 문화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때부터 인형극을 놀았는가를 보이는 옛 문헌 가운데 우선, 권문해(權文海 「大東韻府群玉」1588)의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속(高句麗俗)에 각목작부인상(刻木作婦人像)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을 신성물(神聖物)로서의 인형으로 보느냐 연희인형으로 미루어 생각할 수 있는가 함은 속단키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부인상(婦人像)이라 함이 오늘날 꼭두각시의 <각시>와 연관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거의 같은 시대의 사람인 이수광(李　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1618)에는 고려조(高麗朝)에 인형놀이가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인형 연희의 기록으로 최초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이전인 삼국시대 또는 그보다 전대(前代)까지로 소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목이라 하겠다. 한 예술형태의 발전과정이라 돌기적(突起的)인 것이라기보다는 부단한 생활조건 속에서 얻어지는 발전적 자기발견이 계기가 되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삼국·고구려·조선왕조로 이어진 우리의 민속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내용을 볼 때 지금으로서는 조선왕조 말기의 색채가 짙지만, 그것은 돌연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큰 줄기의 내재적(內在的) 자기흐름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고구려에까지 소급되는 인형에 대한 문헌적 기록은 시원으로 하여, 그후 어느 때부터 인형놀음이 놀아졌느냐하는 실증적인 기록을 떠나서 이 민족의 자생적 필연성에 의하여 발생한 정적(靜的) 또는 동적(動的) 인형에 우리 나름의 토착적 민중의지가 첨가되어 발전하던 중에 삼국시대 중엽 이후로부터 고려 초 이전에 걸치는 시기에 서역계(西域系) 인형놀음이 중국을 거쳐 들어와 그것이 기존의 인형 내지는 인형놀음과 혼습(混習)되어 오늘날의 꼭두각시놀음의 연희형식상 초기적 구성을 보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다. 그 후 이것은 민중의 모임이나 축제 등에서 놀아지다가, 점차 봉건적 지배체제의 중앙집권화에 따라 고려 이후로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간의 대립관계의 심화에 의하여 저항적 민중연희로 발전하게 되고 그 연희자 역시 더욱 철저한 유랑생활을 면할 수 없이 되는 것으로 본다.
꼭두각시놀음 연희를 대개가 유랑예인집단(流浪藝人集團) 남사당패(男寺黨牌)가 담당해 왔음은 이 인형극의 성격을 아는데 하나의 단서가 된다. 민중에 의한 민중을 대상으로 한, 민중놀이집단의 놀이로서 이 인형놀음은 맥락을 이어오는 것이다. 이러한 민중놀이집단은 조선왕조에 들어와 지배계층으로부터의 더욱 심한 박해를 받기에 이르러 거의 조선왕조의 운명과 함께 쇠퇴하여 가고 만다. 간혹 일제치하(日帝治下) 이후에도 잔존한 남사당패거리가 있었지만 그들 역시 침탈자(侵奪者)에 의하여 왜곡·변질되며 민중놀이로서의 성격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만다.
그 후 명맥마저 끊어지는 듯하다가 1960년대에 들어와 문화공보부 문화관리국에 의하여 꼭두각시놀음이 중요문화재 제3호로 지정됨을 계기로 지금은 <사단법인 민속극회 남사당>이 그의 전수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꼭두각시 놀음의 어원(語源)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꼭두각시놀음><박첨지놀음><꼭두 박첨지놀음> 등의 명칭보다는 실제 이 놀이의 연희자들은 <덜미>라 부르고 있다. 남사당패 6가지 놀이의 순서는 풍물(농악),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 등으로 짜여지는데 그 마지막 순서로서 꼭두각시놀음이 <덜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남사당패 출신 연희자들에 의하면 덜미란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데서 비롯되었다하며, 필자의 경험으로는 실제 공연장에서 보면, <덜미 놀자>, <덜미 맞추자>가 상용어로 되고 있다. 꼭두각시놀음의 인형을 담는 괴짝은 덜미고리이고 꼭두각시놀음의 무대막(舞臺幕)은 덜미포장이다.
실제로, 연희자들 사이에서 덜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꼭두>이다. <꼭두>, <꼭두패>, <꼭두 박첨지>, <꼭두잡이> 등을 들 수 있다. 이 꼭두에 각시가 혼성(合成)하여 꼭두각시가 되었고, 뒤에 붙은 <놀음>은 <놀다>의 어간 <놀>에 어미 <음>이 붙어서 명사화(名詞化)한 것으로 생각된다.

배역(配役), 내용(內容)

등장하는 인물·동물(상상적 동물 포함)의 수는 무려 40여개에 달한다.

<인형>
박첨지(老人·주역이자 해설자를 겸함)
꼭두각시(박첨지의 본마누라, 醜婦)
홍동지(박첨지의 조카, 발가벗은 힘꾼)
덜머리집(박첨지의 첩, 酌婦出身)
피조리(박첨지의 조카딸, 2人)
상좌(破戒한 庵子의 僧侶, 2人)
홍백가(붉고 흰 두 얼굴을 가진 남자)
표생원(시골양반)
묵대사(得道한 高僧)
영노(걸신들린 妖鬼)
귀팔이(뜯기다 못하여 귀까지 나풀대는 백성의 한 사람)
평안감사(권력의 상징으로 내세운 貪官)
작은 박첨지(박첨지의 동생)
박첨지 손자(低能兒, 3人)
상주(喪主, 평안감사의 아들)
동방석이(三千甲子를 살았다는 東方朔)
잡탈(마을사람 남자, 3人)
사령(평안감사의 매사냥 장면과 상여 장면에 나오는 官屬, 3人)
상도꾼(평안감사의 상여를 멘 사람, 12人)

<동물>
이시미(뱀동 용도 아닌 상상적 동물)
매(평안감사 매사냥 장면에 나옴)
꿩(평안감사 매사냥 장면에 나옴)
청노새(곡식을 축내는 中國에서 온 害鳥)

<기타>
절(寺, 組立式 法堂)
부처(법당안에 안치한 佛像)
상여(組立式 호사스런 상여)
명정(銘旌, 상여 장면에서)
만사(輓詞, 상여 장면에서)
요령(搖鈴, 상여 장면에서)
영기(令旗, 매사냥 장면에서, 2개)
부채(大型 접는 부채)

꼭두각시놀음의 구성을 분석한 이제까지의 자료를 살펴보면 8막(幕) 또는 10(幕)으로 나누고 있는데 대하여 필자는 이견(異見)을 갖는다.
우리 전통극에서 쓰이는 용어로 <마당>과 <거리>라는 것이 있다. <놀이판>은 무대이고, 놀이판에서의 놀이(음)은 굿(劇이라는 뜻의)으로 표현되며 하나의 굿은 몇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고 마당 속에는 이것을 이루는 거리가 존재한다. 서구극(西歐劇)의 개념과 연관시킨다면, 굿=극(劇), 마당=막(幕), 거리=(場 또는 景)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시골에 가보면 <연극 잘한다>가 <굿 잘 팬다>로 통하며, 꼭두각시놀음의 연희자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대화중에 『한 마당 나오는 박첨지가 무겁고(인형이), 한 거리 노는 피조리가 가벼운 걸 봐서도 박첨지가 조종(祖宗)은 조종이지…』또는 <절 짓고 허는 거리>에서 절을 들었던 조종자들이 무거워 팔이 아프다고 하면 『한 거리 잠깐인데 뭘 그래』, 이 밖에도 『이제서 한 마당 지났다』,『인제 한 거리 남았다』등의 대화가 앞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꼭두각시놀음을 다음의 <2마당, 7거리>로 나누어 본다.

제1·박첨지 마당

첫째, 박첨지 유람 거리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하던 중 꼭두패의 놀이판에 끼어들어 구경한 얘기와 유람가(遊覽歌) 등을 부른다.
둘째, 피조리 거리
박첨지의 딸과 며느리가 뒷절 상좌중과 놀아나다가 갑자기 나타난 홍동지에게 쫓겨난다.
홍동지도 따라 퇴장. 박첨지 다시 나와 딸과 며느리가 잘 놀던가를 <산받이>에게 묻자, 홍동지가 나타나 쫓겨 들어갔다고 하면 괘씸한 놈이라며 잠시 들어가 혼내주고 나온다.
셋째, 꼭두각시 거리
<산받이>에게 자기의 큰 마누라 꼭두각시의 행방을 묻고 노래조로 부르자, 꼭두각시 나타나 보괄타령(영감타령)을 주고받으며 즐기다가 박첨지가 말하기를 그동안 혼자살기가 어려워 작은 마누라(덜머리집)을 얻었다며 상면(相面)을 시키게 되자 두 여자의 싸움판이 벌어진다. 하는 수 없이 살림을 나눠주는데 덜머리집에게만 후하자 꼭두각시는 금강산으로 중되러 가겠다며 퇴장하면 박첨지는 오히려 잘됐다며 덜머리집을 얼싸안고 퇴장했다가, 다시 나화 이번에는 꼭두각시를 찾으며 울자 <산받이>가 왜 우냐고 물으니 너무 시원해서 운다며 다시 들어갔다 오마고 한다.
넷째, 이시미 거리
박첨지 나와, 중국에서 날라온 청노새가 우리곳은 풍년들고 저희곳은 흉년들어 양식 됫박이나 축내러 왔다고 알리며 퇴장하면, 이시미가 나타나 청노새를 비롯하여 박첨지 손자, 피조리, 작은 박첨지, 꼭두각시, 홍백가, 영노, 표생원, 동방석이, 묵대사 등의 순서로 나오는 족족 잡아 먹는다. 박첨지가 나와 산받이에게 앞서 나온 자들의 행방을 묻자 이시미의 짓임을 알려주니 박첨지는 겁없이 곁으로 갔다가 박첨지마저 물린다. 이 때 홍동지의 등장으로 박첨지는 살아나고 홍동지는 이시미 껍줄을 팔아 옷좀 해입어야겠다며 퇴장한다. 다시 나온 박첨지는 자기가 살아난 것은 홍동지의 덕이 아니고 자기 명에 의한 것이라며 이시미를 팔아 부자가 되었을 홍동지를 찾아 내겠다며 퇴장.

제2·평안감사 마당
첫째, 매사냥 거리
박첨지가 나와 평안감사의 출동을 알리고 큰일났다고 퇴장하면, 평안감사 나타나 박첨지를 불러 치도(治道)를 잘못했음을 꾸짖고 매사냥 할 몰이꾼을 대라고 하자, 홍동지를 불러 매사냥을 한다. 꿩을 잡은 평안감사가 박첨지에게 꿩을 팔아오라 하며 떠나면 뒤따라 모두 퇴장.
둘째, 상여거리
다시 박첨지가 나와 매사냥에서 돌아가던 평안감사가 황주 동실령 고개에서 낮잠을 자다가 개미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죽어버려 이번에는 상여가 나온다며,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 상여가 등장하고 박첨지가 상여 곁에 서서 대성통곡을 하자 산받이가 그게 누구 상여인데 그렇게 슬피 우느냐, 물으면 어쩐지 아무리 울어도 싱겁더라 하며 익살을 부린다. 다시 상주가 박첨지에게 길이 험하여 상도꾼들이 모두 다리를 다쳤으니 상도꾼을 대라한다. 산받이가 홍동지를 부르자 역시 벌거벗고 나와 상주에게 온갖 모욕을 주고 상여를 메고 나간다.
셋째, 절짓고 허는 거리
박첨지 다시 나와, 이제는 아무 걱정 없다면서 명당(名堂)에 절을 짓겠음을 알리고 들어가면 상좌 둘이 나와 조립식 법당을 한 채 짓고는 다시 그것을 완전히 헐어버리고 들어간다.
(소요시간 1시간 30분 내외)
이상에서 볼 때, 꼭두각시놀음의 내용상 특징을 다음과 같이 간추려 볼 수 있겠다.

1. 가부장적(家父長的) 봉건가족제도(封建家族制度)에 대하여 박첨지 일가(一家)를 들어 비판하고,
2. 이시미를 통하여 민중과는 대립적 대상들을 희화(戱畵)적으로 분쇄함으로써 오히려 적극성을 기할 수 있었으며,
3. 봉건적 지배층을 매도(罵倒)함에 있어 벌거벗은 홍동지를 등장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우스갯거리>로도 보이게 하여 그에 따를 역공세(逆攻勢)를 상쇄(相殺)시키고 있다는 점.
4. 끝 거리에서 절을 짓고 축원을 올려 불교에의 귀의(歸依)을 뜻하지만, 결국은 다시 완전히 헐어냄으로써 역시 외래종교에 대하여 부정·극복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장단, 춤사위
꼭두각시놀음에 동원되는 악기는 풍물(農樂)에서 쓰이는 꽹과리·북·징·장고·날라리(때로는 피리) 각 한 개씩이다. 인형놀음의 전후에 잠시 사물(四物·農樂器)을 갖춘 풍물을 울려주는 외에 본 놀이판에서는 위의 다섯 악기가 주로 쓰인다.
장단은 염불·타령·굿거리 등이며 가창(歌唱)으로는 序曲에 해당하는 뜻을 알 수 없는 <떼이루 떼이루 띠아라따…>로 시작하여, 박첨지의 구음무곡(口吟舞曲)인 역시 뜻을 알 수 없는 <나이니, 나이니, 나이니나…>가 있고, <팔도강산 유람가>, 피조리·상좌춤의 구음무곡 <나니네 나니네…>, <보괄타령>, <절 짓는 소리>, <절 허는 소리> 그 밖에도 꼭두각시, 피조리, 홍백가 등의 잡가(雜歌)와 동방석이와 묵대사의 간단한 <염불>과 <시조>가 있는데 그때 그때 흥에 따라 생각나는 대로 선택하여 부르고 있다.
춤장단은 주로 <굿거리>인데 인형의 동작부위가 거의 양손뿐이어서 양손을 올렸다내리며 상반신을 흔드는 것으로 풍물놀이에서의 상체(上體)만으로 추는 <무동춤>과 비슷하다.
꼭두각시놀음의 인형 중에서 그 구조가 특이한 상좌만이 포대괴뢰여서 목, 양손, 허리까지를 움직여 굿거리 장단의 유연한 상체의 춤을 보여준다.

연희자(演戱者)
이제까지의 문헌 및 채록본들을 보면 꼭두각시놀음의 주조종자(主操縱者)인 <대잡이>나 인형과의 대화자(對話者)인 <산받이>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없다.
산받이란 실제 인형의 조종자는 아니다. 그는 모든 인형의 대화자로서, 반주장단을 맡는 잽이(樂士)로서 대잡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판소리에서의 잽이(鼓手)와 아주 유사한 것으로 전체의 연출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잡이란 인형의 대(杖)를 잡(操縱)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고, 산받이는 <산이 받이>로도 부르는 것으로 보아, 인형 또는 대잡이의 받이(받는, 대화하는)를 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남사당패놀이 중에 어름(줄타기)의 줄꾼을 <어름산이>로 부르는 예도 있어 산받이의 <산>은 <산이>의 준말로 보인다.
포장(布帳) 안에서 직접 인형을 조종하는 대잡이를 비롯하여 좡우에 대잡이 손(대잡이補, 2∼3인)과 이들과 대화를 하는 산받이 그리고 잽이가 모두 합하여 꼭두각시놀음의 연희자로 된다.
김재철(朝鮮演劇史, 朝鮮人形劇, 꼭두각시劇脚本 참조)은 산받이를 새면(村사람)으로 표현하였는데 산받이가 촌사람으로 된 것은 아주 적절한 일로 본다. 왜냐하면 꼭두각시놀음의 극형식이 조종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과의 간격을 극복하는 <마당굿 형식>으로서, 보는 자와 같은 자리에서 같이 앉은 <산받이=村사람>의 연계성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옛 놀이판, 현 전수소
꼭두각시놀음의 옛 놀이판은 주로 남사당패의 여섯 가지 놀이를 한데 노는 큰 놀이판 중에 따로 지어졌던 것으로, 연희자들은 이것을 그대로 <포장> 또는 <덜미 포장>이라 부르고 있다.
3미터 안팎의 평방(平方)에, 네 기둥을 세우고 무대면(舞臺面)이 되는 쪽만 1미터 20센티 정도의 높이 위에 인형이 나와서 노는 가로 2미터 50센티(정도) 세로 70센티(정도)의 무대면만을 남겨놓고 사방을 모두 포장으로 둘러친 공중무대(空中舞臺)이다. 이 무대면이 되는 공간을 통하여 주조종사인 대잡이가 중심이 되어 양 옆에 대잡이 손(補)이 앉아 인형의 조종과 등·퇴장을 돕는다. 무대면 밖 약간 비스듬한 자리(좌우는 꼭 정해있지 않은 듯 때에 따라 바뀌고 있다)에 받는 소리꾼인 산받이와 잽이들이 관중석과 거의 분리되지 않은 채 무대면을 보고 앉아 놀이를 진행시킨다. 조명은 다른 남사당패놀이 때와는 달리, <광솔불>이나 <기름방망이 불>을 무대면의 양옆에서 비춰 특히 인형이 나오는 공간 부분만을 밝게 해 준다.
김재철(朝鮮演劇史)에 의하면 꼭두각시놀음의 포장막은 사방에 백포(白布)를 친다 하였으나 현존한 꼭두각시놀음의 연희자 <대잡이·남형우>, <산받이·양도일>조(組)를 보면 흑포장(黑布帳)를 치고 있는 것이 다르다.
본시 남사당패의 놀이판은 야외에 차려졌던 것으로 꼭두각시놀음의 포장막도 야외에 세운 공중무대였던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중요무형문화재발표회한 이름으로 연희되는 놀이판을 보면 큰 액자무대(額子舞臺·명동예술극장) 위에 덩그러니 포장을 치고 관객과의 연계성은 계산되지 않은 채 놀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꼭두각시놀음의 연희기능 보유자는 다음과 같다.

남형우(南亨祐, 一名 雲龍, 67세, 대잡이)
양도일(梁道一, 67세, 산받이)
송창선(宋昌善, 一名 福山, 63세 날라리)

그런데 위의 세 사람만으로는 꼭두각시놀음 전 마당을 놀기는 불가능한 것으로 이 밖에도, 박계순(朴季順), 남기환(南基煥), 박용태(朴龍泰), 이수영(李秀榮) 등이 이 놀이를 돕고 있다.

- 꼭두각시놀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